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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사

[아시아경제] 교사·공학도·회계사도 변호사로… 법조계 문턱 넘은 \'다양성\' [로스쿨이 바꾼 법률시장①]

관리자 2026-09-23 조회수 78

비법학 전공 로스쿨 입학생 94%

사시 때 법학 전공 82%와 대조

전공·경력 살려 활동 영역 확대


법률시장 11년 새 2배 이상 성장

변시 합격률은 50%대로 하락

시험 부담에 특성화 교육은 위축


박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유)는 13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지금은 학교폭력과 교권 사건을 주로 다룬다. 그가 교직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할 무렵 사법시험을 대신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법조인이 되는 길이 열려 있었다. 박 변호사는 "사법시험 때보다 법학 비전공자 등의 법조계 진입 장벽은 분명 낮아진 듯하다"고 했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지 9년이 지났다. 사법시험 시절 법대를 나온 이들이 주류였다면 지금은 공학과 경영학, 의학과 교육학을 공부한 이들도 법정에 선다. 활동 무대도 법원과 법률사무소를 넘어 기업과 행정기관, 산업 현장으로 넓어졌다. 법률시장 규모는 사법시험 폐지 이후 2배 넘게 커졌다. 다만 여러 전공과 경력이 실제 법률서비스의 전문성으로 이어졌는지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10명 중 9명이 비법학 전공자

21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 2150명 가운데 비법학 전공자는 2021명으로 94%에 달했다. 사회계열 651명, 상경계열 504명, 인문계열 382명, 공학계열 157명 순이었다. 로스쿨이 처음 문을 연 2009학년도에는 비법학 전공자가 66%였다. 17년 사이 2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법학 전공자 비중은 34%에서 6%로 줄었다.


사법시험 시절은 법학 전공자 중심이었다. 2008년부터 마지막 시험이 치러진 2017년까지 최종 합격자 4856명 가운데 법학 전공자는 3989명으로 82.2%였다. 수험기간도 길었다. 선발 인원이 1000명 안팎이던 2007~2009년에도 합격자의 평균 수험기간은 53~56개월이었다. 이후 선발 인원이 줄면서 2014년에는 64개월까지 늘었다. 장기간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고시낭인'이 늘고 대학 교육이 사법시험 준비에 종속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로스쿨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도입됐다. 시험 한 번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대신 다양한 전공과 직업 경험을 가진 사람을 뽑아 3년간 법률이론과 실무를 가르치겠다는 구상이었다. 기업·국제·환경·지식재산권 등 각 분야의 전문 법조인을 키우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이 같은 취지는 입학 단계부터 반영됐다. 2012학년도에는 의료인 14명, 교사 11명, 회계사 16명, 변리사 6명, 세무사 4명 등이 입학했다. 2022학년도에도 회계사 19명, 노무사 11명, 변리사 8명, 세무사 6명 등 전문자격 소지자의 입학이 이어졌다. 변호사 진출 분야는 사내변호사와 준법·컴플라이언스, 지식재산권(IP), 금융, 환경, 국제통상, 헬스케어 등으로 업무 영역이 넓어졌다. 법전원협의회 관계자는 "공학·의학·경영학 등 서로 다른 전공자가 법조계에 들어오면서 전통적인 송무 밖의 법률 수요도 커졌다"고 전했다.


변호사가 다루는 분야가 넓어지면서 국내 법률시장 규모는 2013년 3조8000억원에서 2024년 9조5900억원으로 2배 넘게 커졌다. 기업 활동이 복잡해지고 신산업과 규제가 늘어난 영향이 컸지만, 법률서비스가 기업 자문과 신산업 분야로 확장된 흐름과도 맞물린다.

 



다시 변호사시험에 매몰되나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살린 전문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특성화·실무교육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변호사시험 준비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변호사가 다닌 제주대 로스쿨도 국제법과 중국법 등을 특화 분야로 운영했지만, 변호사시험과 직접 관련이 적은 과목에는 학생들이 몰리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그런 특화 과목까지 듣고 있을 사치를 부릴 순 없었다"고 했다.


응시자 증가로 낮아진 합격률도 학생들의 부담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2012년 1665명에서 올해 3364명으로 2배 넘게 늘었지만, 합격자는 최근 수년간 1700명 안팎에 머물렀다. 합격률은 첫 시험 87.15%에서 올해 50.95%까지 떨어졌다. 그만큼 학생들이 특화 과목이나 실무수습, 리걸클리닉 등에 시간을 쓰기 어려워졌다.


이런 구조는 졸업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법전원협의회는 활동 영역이 넓어졌지만 신입 변호사의 첫 진출은 여전히 로펌과 송무 분야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재학 중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에서는 시험 부담으로 특성화·실무교육이 위축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전원협의회는 "자격시험으로 설계된 변호사시험이 합격률 50%대 선발시험으로 운영되면서 로스쿨은 실무·특성화 교육기관이 아닌 '시험 대비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다양한 법률교육과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교육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아시아경제 | https://www.asiae.co.kr/article/2026092109102749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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