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식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제11회 변호사 시험의 합격자 결정을 앞두고 변호사단체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범 이후 변호사 수가 크게 늘어 법률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이므로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같은 변호사단체의 주장은 사실일까?
개별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해당 학교 출신의 변호사 시험 합격자 취업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취업률이 대부분 90%를 훌쩍 넘는다. 이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좋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처럼 높은 취업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변호사 수가 확대되고, 이들의 취업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현실은 국민의 사법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변호사 수의 양적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여기에 더하여 변호사의 질적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한 결정적인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하에서 이런 취지는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하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10년 이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원인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변호사시험의 “낮은 합격률”이다.
현재 50%대인 변호사 시험 합격률 하에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변호사시험 준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현실을 알기에 선생으로서 이를 말릴 수도 없다. 일단 시험에 합격해야 다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생 대부분이 변호사 시험 과목 관련 강의만 수강하고 단편적인 수험용 지식 암기에 매진하고 있음은 이미 오래된 불편한 진실이다. 설령 변호사 시험과 관련한 과목이라도 소위 ‘수험적합성’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면 학생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한다. 사법시험 시절 신림동 고시촌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이니 각 법학전문대학원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리걸클리닉, 모의재판, 특성화 분야 등 전문적이고 폭넓은 교육활동에 학생들이 성실하게 참여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낮은 합격률”은 입학 이전 입시 단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국의 모든 법학전문대학원은 입시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누가 당장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만한 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작용들이 쌓여가면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되었음을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 법학전문대학원은 정원의 10∼20% 이상을 해당 지역대학 졸업자 중에서 선발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입학전형 점수가 낮아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합격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수가 변호사 시험에서 떨어진다. 겨우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왔지만 결국 변호사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희망고문’이다. “낮은 합격률”을 고집하면서 지역인재 선발제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관련 부처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합격률이 낮다는 문제점에 더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 방법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시험은 채점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합격 기준을 정한다. 그래서 사전에 합격 여부에 대하여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합격 발표 당일에 개최하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합격 기준점수를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굳이 헌법의 금과옥조(金科玉條)인 적법절차원칙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상에 아마 이렇게 잔인하고 허술한 시험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변호사 시험의 합격 인원은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3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입학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법시험과 같이 중장기적인 법조 인력수급 계획에 기초하여 수년 전에 발표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 최소한 당해 시험 접수 전에라도 공지하는 것이 국가의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해서는 변호사단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 중에는 충분히 경청할 만한 것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낮은 합격률”이라는 본질적인 장애요인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변호사단체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밥그릇’이라는 반사적 이익이 ‘법조인양성제도’라는 공익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모르지 않을 것이다. 관련 부처와 변호사단체의 전향적인 사고를 기대한다.
출처 : 법률저널(http://www.lec.co.kr)